📚 책을 안 읽으면, 사람은 편협해질 수밖에 없어요

1. 지상의 모든 운동은 근본적으로 인간 정신의 두 가지 발명에 그 근거를 둔다. 1) 공간적 운동은 축을 진동하며 구르는 ‘바퀴’를 발명함으로써 가능했고, 2) 정신의 운동은 ‘글자’의 발명 덕분에 가능했다.

 

2. 언젠가 어디선가 처음으로 나무를 구부려 바퀴의 틀을 만든 이는 전 인류에게 국가와 민족 간의 거리를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 준 셈이다. (바퀴를 활용한) 자동차가 발명된 덕에 각종 운송품들이 돌아다니고, 여행으로 견문을 쌓는 것이 가능해졌고, 특정 과일이나 광석, 광물, 제품 등을 한정된 풍토의 원산지에만 할당해 두려는 자연의 의지는 무용해졌다.

 

3. (또한) 동양과 서양, 남과 북, 동과 서는, (바퀴를 활용해) 새로 고안된 ‘탈 것’에 의해 서로 가까워졌다. 모든 형태의 바퀴가 기술 발전을 거듭하면서 공간의 중력을 극복한 것이다.

 

4. (바퀴가 세상을 바꾼 하나의 축이 된 것처럼) ‘글자’ 또한 단지 묘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한 장의 종이에서 ‘책’이 되었고, 지상에 사는 개별 영혼들의 경험과 체험의 비극적 유한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5. 책을 통하면 누구나 자신의 시야에 갇히지 않고 현재와 과거의 모든 사건, 전 인류의 사상과 감정에 모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 정신 세계의 모든 활동은 책에 기초하고 있으며, 물질의 상부라고 불리는 문화 역시 책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저) 우리가 영혼을 확장하고 세계를 건설하는 이러한 책의 힘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못할 뿐.

 

6. (어떤 경험을 통해) 나는 읽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읽지 못하면) 신문을 집어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책을 들어도 네모지고 색깔이 있는 무용한 물건일 것이다. (그래서) 그것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내려놓고 말 것이다.

 

7. (혼자서) 동굴 속에 사는 음침한 존재처럼, 책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킨 채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글자를 알지 못하면) 눈이나 귀가 우연히 포착한 것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이 삶을 견딜 수 있을까?

 

8. (이렇게)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세계를 보게 될지 짐작해 보니, 그 결과는 내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9. 따라서 우리는 책에 빚을 지고 있다. 우리가 겪는 모든 확장의 중요한 부분, 다시 말해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 모든 갈망’은 늘 새로운 체험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도록 고취하는 책의 기지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10. 즉,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실제로는 매우 작은 부분만 직접 본 것과 경험한 것에 근거하고, 복잡하게 얽힌 더 근본적인 덩어리는 책과 책에서 읽고 전달받고 배워 익힌 것에 덕을 보고 있다.

 

11. (흔히) 사람들은 책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기술 중심의 시대가 되었다고 탄식한다. 축음기, 영사기, 라디오가 보다 세련되고 편리한 말과 생각의 전달 수단이 되어 책을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책의 문화사적 임무는 곧 과거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12.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단순하고 편협한 생각인가! 책의 천여 년의 업적을 능가하는, 아니 그것에 근접이라도 하는 놀라운 성취를 이룬 기술이 과연 있었던가?

 

13. 화학도 책만큼 확산성이 있으며 세계를 떨게 만드는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인쇄된 작은 종이 묶음의 항구성을 이기는 그 어떤 강철판이나 시멘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14. 전기로 켜지는 불빛도 아직까지 얇은 책 한 권으로 퍼져 나와 깨달음을 주는 빛만큼 우리를 (환하게) 비치지 못했으며,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전류가 그 어떤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쇄된 언어가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 채우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것이 못 된다.

 

15. (이처럼) 시대를 초월해 불멸하고 불변하는, 고도로 압축된 힘을 가진 책은 (그 어떤) 기술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결국) 기술 또한 책으로부터 배워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16.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삶에서뿐 아니라, 그 어디에서나 책은 모든 지식과 학문의 시작을 이루는 알파요, 오메가다.

 

17. (그러니) 책과 친밀하게 지낼수록 그 사람은 삶의 총체성을 깊이 있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왜냐) 책을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눈뿐 아니라, (수많은 지식인들을 포함해) 셀 수 없는 많은 이들의 영혼의 눈으로, 그리고 그들의 놀라운 도움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헤쳐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 슈테판 츠바이크,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중

 

 

책 정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29777

 

출처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8Hud-sG3tbXIWz-CRXwXE61_ItMt6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