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탑A급으로 갈수록 디테일이 중요해지는 이유

1. “연습하면 완백해진다"는 말을 기억하는가? (당연히) 옳다고 여겨지는 이 말은 최고 기량의 사람들 사이에선 그 의미가 훨씬 더 복잡해진다.

 

2. 연습은 분명히 중요하고, 연습을 하면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문제는 (탑A급으로 갈수록)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상한선에 다가갈수록 성과는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3. (언뜻 보면) 와인 경진대회의 감정사들이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인 듯 보인다. 하루에 150가지 훌륭한 와인을 시음하는 일이니까.

 

4.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하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다. 와인 제조업자들은 경진 대회에 최고 품질의 와인만 출품하므로, 감정사들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한 와인을 심사해 우열을 가려야 한다. 게다가 이들에게 스톱워치처럼 간단한 도구도 없다. 그저 코를 들이대고 입속에 와인을 굴려야 한다.

 

5. 이처럼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는 없다. 바이올린 경연 대회, 대중음악 경연 대회, 문학상의 수상자를 결정할 때나, 화랑에 걸린 어떤 그림이 최고의 그림인지를 판단할 때 사용할 만한 도구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

 

6. 이처럼 성과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와인 경진 대회는 결함이 많은 게 아닐까? 데이터를 보면 확실히 그렇다. 4년 연속으로 반복 실험한 결과, 감정사가 똑같은 와인에 일관성 있는 점수를 매긴 비율은 겨우 18%에 불과했다.

 

7. 특정한 와인의 점수에서 일관성이 나타나는 아주 드는 사례가 있긴 했는데, 그 경우는 대부분 낮은 점수일 때였다. (다시 말해) 감정사들은 품질이 엉망인 건 쉽게 식별했다. 하지만 훌륭한 와인의 경우, 감정사들의 판단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경우가 무려 82%에 달했다.

 

8. 데이터는 분명했다. 상점에 진열된 와인에 붙은 (경진대회) 금메달 딱지는 쓰레기 과학을 바탕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경진대회에서 상을 탄 와인이 형편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상을 탄 와인은 모두 훌륭하다. (훌륭하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9. 바로 이 때문에 와인 경진대회에서 수상은 거의 ‘운’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10.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챠쥥차이’는 프로 음악가와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경연대회에서 결선에 오른 3명 중 누가 이길지를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한 집단에는 연주 소리만 들려주었고, 다른 집단에게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함께 보여줬고, 다른 집단에는 소리 없이 비디오만 보여줬다.

 

11. 실험을 진행한 챠쥥차이는 전문가와 초보자 모두가 오디오만으로 승자를 예측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다. 왜냐, 이건 음악 경연대회이니까.

 

12. 하지만 소리만 듣고 판단한 집단이 승자를 맞힐 확률은 25%에 불과했다. 셋 중 하나를 고르는 일임을 감안하면 무작위로 답을 찍어 맞힐 확률보다 낮았다.

 

13. 정말 놀라운 점은 승자를 맞히는 데 가장 우수한 실력을 보인 집단이 ‘소리를 끄고 비디오만 본 사람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은 상황에서 화려한 몸짓을 구사하며 연주하는 연주자를 선정했는데, 이 집단에 속한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 승자를 맞힐 확률은 50%였다.

 

14. 이 말은 소리만 들어 판단한 전문가보다 비디오만 본 초보자들이 승자를 맞힐 확률이 2배 더 높았다는 뜻이다. (놀랍지 않은가?)

 

15. 자, 잠시 숨을 돌리고 이것이 뜻하는 바를 생각해보자. 실제 경연대회에서 심사를 하는 전문가들 또한 (탑A급 사이에서의 실력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연주 자체가 아니라, 연주하는 모습을 바탕으로 승자를 선정했음이 틀림없다.

 

16. (이렇게) 데이터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표가 매진될 정도로 찬사를 받은 음악가들은 다른 경쟁자보다 월등하게 연주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니다. 그들은 뛰어난 음악가인 동시에 뛰어난 음악가로 보이는데 능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연주 실력뿐 아니라 다른 디테일에도 강했다)

 

17. 분명히 말하지만, 기교와 꼼수를 믿으라는 말은 아니다. (실력 차이가 확실하게 날 때는 실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18. 하지만 (탑A급 수준으로 갈수록) 엄청나게 사소한 요소들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런 디테일들이 행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포뮬러 : 성공의 공식> 중

 

 

글에 대한 생각

챠줭차이의 실험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 미인 대회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우승자로 예측하지 않고 대중들이 미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우승할 거라 예측한다.

 

또 리처드 탈러의 책 넛지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다운로드 받은 음악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의심할 여지 없이 크다. => 유명한 가수의 재능은 사실 유명하지 않으면서 재능있는 가수의 재능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물론 글에 나왔듯이 그렇다고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실력이 우선되어야 디테일도 효과가 있을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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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출처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HLoW-obgVdxszxHJy0TbC9m5CZgql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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