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기본 원리

1. ‘알 디아즈’와 ‘장 미셸 바스키아’는 성공의 관점에서 볼 때 시작은 같았다. 두 사람은 똑같은 시기와 똑같은 장소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의 작품은 처음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했다.

 

2. 그러나 디아즈의 예술 활동은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반면, 바스키아는 생존 당시에도 예술가로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사망한 후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디아즈의 작품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바스키아의 그림은 1억 1050만 달러에 팔렸다)

 

3. 이 둘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두 사람은 본질적인 면에서 한 가지 다른 면이 있었다. 디아즈는 외톨이였던 반면, 바스키아는 뻔뻔할 정도로 많은 사람과 인맥을 쌓았다.

 

4. (특히) 바스키아는 주도면밀하게 예술계에서 인맥을 쌓았다. 무모하고 건방진 10대 시절에 그는 당시 뉴욕 미술계의 제왕이었던 ‘앤디 워홀’에게 접근했고, 워홀과 지속적으로 교분을 맺었다.

 

5. 바스키아가 쌓은 인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은 어쩌면 예술계 마당발인 ‘디에고 코테즈’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룹 전시회를 열면서 바스키아의 작품을 자그마치 20여 점이나 포함시켰고, 이 전시회에서 바스키아의 작품은, 키스 해링, 앤디 워홀의 작품들과 나란히 전시됐다.

 

6. 그리고 뉴욕 예술계를 쥐락펴락하는 딜러 몇 명이 이를 눈여겨봤다. 그렇게 전시회 개막일 밤, 그의 작품 중 일부는 2만 5000달러에 팔렸다. 1980년대 초에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7. 그렇게 2년 만에 집도 없는 10대에서 바스키아는 A급 예술가로 변신했다. 한편, 같이 창작을 시작했던 디아즈는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거리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8. 여기서 정말 놀라운 점은 바스키아의 성공이 탁월한 예술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바스키아와 디아즈는 똑같은 예술적 DNA를 가졌고, 두 사람의 작품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이 인정받은 가치는 천지차이였다)

 

9. (사람들은 말하지 않지만) 사실 그 누구도 예술 작품을 보기만 해서는 정확하게 그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 (예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화랑 주인, 딜러, 에이전트, 경매 회사, 수집가들로 구성된 보이지 않은 연결망을 살펴봐야 한다. 이들이 어떤 작품이 미술관에 걸릴지를 결정하고, 작품에 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다.

 

10. 그리고 이들은 가격뿐 아니라,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줄 서서 볼 그림을 결정하기도 한다.

 

11. 여기서 우리는 피해 갈 수 없는 주제에 도달한다. ‘성공’은 집단적인 현상으로서 공동체가 개인의 성과에 보이는 반응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연결망 내부를 관찰하지 않고서는 성공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2. 특히 (콘텐츠나) 예술 같은 성과와 품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13. (더 솔직히 말하면) 예술에서는 ‘품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예술 작품의 가치나 예술가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방법은 없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모든 형태의 예술, 즉 시, 조각, 소설은 본질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14. 이를 확인하려면, 렘브란트의 그림 <황금 투구를 쓴 사나이>를 보면 된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작품을 보러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그림은 보데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었고, 이론의 여지가 없이 아름다웠다.

 

15. 그런데 학자들이 이 작품이 렘브란트 주변에서 활동했던 무명 화가의 작품이라고 발표하자, 이 그림을 보려 몰려들던 관중은 싹 사라졌다. 그림은 바뀐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이 그림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고, 가치는 폭락했다.

 

16. 걸작이든 졸작이든 똑같은 그림이다. 변한 건 ‘맥락’뿐이었다.

 

17.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도 허름한 사무실 벽에 걸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도난 사건 등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모나리자의 가치는 현재 15억 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치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18. 이러한 예술 세계의 모습은 ‘성공의 제1 공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을 때는 네트워크가 성공의 원동력이다.

 

19. (즉, 콘텐츠는 경험재이기 때문에, 그걸 만든 사람이 아니라, 그걸 본 사람들이 어떻게 그 가치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자신의 콘텐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해주는 사람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콘텐츠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포뮬러 : 성공의 공식> 중

 

 

출처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IgOtSk0wC850_xvWE-kNbTsB-yGDOL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