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플하고 단순하게 그러나 함께”, 지금의 손흥민을 만든 교육법

1.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범고래는 집단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생활을 하는데, 가족 무리와 함께 살며 어미로부터 사냥 기술을 전수받는다.

 

2. 무리마다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기도 하고, 바다사자 같은 포유류를 잡아먹기도 해서 가족 안에서 내려오는 사냥 비법은 그들만의 고유함이다. 다큐멘터리에서 어미 범고래가 새끼 범고래를 데리고 사냥 훈련을 하며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3.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범고래 가족은) 사냥감이 없으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물로 훈련을 시켰고, 몇 년을 연습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체계적인 교육으로 사냥법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했던 것이다.

 

4.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나(=손웅정)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자신이 배운 대로 훈련을 시켰다. 타이어를 끌며 뛰게 했고, 계단을 뛰게 했고, 운동장을 뛰게 했다. 이 훈련을 하면 어디에 도움이 되고, 지금 단계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고민도 없이.

 

5. (그래서) 나는 늘 궁금했다. “왜 이렇게 하는지? 이것 말고는 없는지?”

 

6.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특히)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7.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내가) 어린 시절에 고민했던 문제들을 다 끄집어내서 펼쳐놓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내가 배운 어설픈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8. (그렇게) 책을 읽고 연구하는 건 당연지사였고,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월드컵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들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했다. 당시 VCR로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만 200개가 넘었다. 그 비디오를 보고 또 봤다.

 

9.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그 안에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또 봤다. ‘지금 저 상황에서 저 선수처럼 저런 움직임을 완성하려면 어떤 기본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진짜 기술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10. 그때 봤던 명경기, 명장면은 내게 큰 자양분이 됐다. 좋은 경기를 죽어라 보며 거기서 훈련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11. (이처럼)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훈련법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걸로 충분했으면 훌륭한 선수들이 이미 계속 나왔을 테니까)

 

12. (나는) 웬만한 빅매치는 다 찾아보며 반복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내가 생각해도 미쳐 있었다. 불광불급,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그 큰 말에 내가 다다를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미쳐 있었던 건 맞다.

 

13. 중요한 기술을 찾아내 어떻게 하면 그 기술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친놈처럼 연구했다. 지금도 나는 “어떻게 하면 축구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실전에 활용 가능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14. 내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숱한 시간을 반복하며 조금씩 완성해나간 내 (교육) 프로그램은 조금 독특하다. ‘왜 저게 축구를 위한 훈련이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방식들도 많다. 그리고 단순한 게 특징이다.

 

15. 멋 부리고 꾸미는 건 내 성질에 절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잘 팔리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에 멋을 입히는 이들도 종종 보는데, 나는 과감하게 뺄 건 빼고 아이들이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단순하게 만든다.

 

16. “심플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함께”.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나의 훈련의 철칙이다. 나는 팔짱 끼고 서 있지 않는다. 같이 뛰고, 웨이트를 할 때도 시범을 보이며 먼저 하고, 슈팅과 기술 훈련을 할 때도 반대쪽에서 볼을 차고 던지고, 뛰고 주웠다.

 

17.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이것이 내 철칙이다. 그 고된 훈련을 혼자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18. (언젠가) 흥민이가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을 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훈련할 때 나는 매섭고 혹독하게 몰아친다. 하지만 다행히 흥윤이, 흥민이, 아카데미 아이들은 알아줬던 것 같다. “우리 감독이 나를 엄하게 혼내도 무슨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발전하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정말 축구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19. 아이들은 그것을 스스로 깨우치고 부족한 나를 품어줬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행복하다. 아이들이 한 단계를 완성하고 다음 단계로 올라갔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20. (그러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지를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그것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것들이다. 그 단순한 것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집중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울 때,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복잡한 문제에도 차근차근 대응할 수 있게 된다.

 

21. (그렇게 기본을 계속해서 알려주되, 어려운 순간에 함께 있어주면 된다)

 

-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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